지친 일상에 힐링이 필요하시다면 괴산의 화양구곡을 걸어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완만한 임도길을 따라 이어지는 9개의 비경을 만나는 트레킹 코스로, 기암괴석과 시원한 물줄기로 모든 상념이 씻겨나가는 경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화양구곡 트레킹은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에서 송면리 방향으로 약 3km 화양천을 거슬러 올라가는 코스로 좌우로 9개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걸어볼 수 있습니다.
트레킹의 출발점은 화양계곡 탐방지원센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화양구곡 트레킹 코스는 경천벽-운영담-읍궁암-금사담-첨성대-능운대-황룡암-혹소대-파천까지 9개의 수려한 경관이 있는 약 3.9km 코스입니다. 완만한 임도길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지고 그 사이로 계곡이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합니다.
계곡 아래로 이어지는 숲길로 잠시 비켜가다 다시 돌아오게 되는 일방통행길로 아주 편안하게 트레킹을 즐길 수 있습니다.
제2곡에서 제8곡까지는 임도를 따라 촘촘하게 이어지며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제1곡과 제9곡은 그에 비해서는 간격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제1곡 경천벽의 경우 주차장에서 약 900m 달려온 길을 거슬러 내려가게 됩니다.
주차장 뒤쪽으로 조성된 데크로드를 따라 찾아가면 됩니다.
3.9km 화양구곡은 어떻게 즐기느냐에 따라 소요시간이 달라집니다.
트레킹만 목적이라면 왕복 약 2시간으로 충분하지만 화양구곡의 멋진 풍경을 감상하며 등산로와 숲길, 계곡, 임도를 왕복하며 구곡을 걸어보니 4시간이 소요되었습니다.
주차장에서 제1곡 경천벽을 돌아보는 데만 30분이 훌쩍 지났습니다.
화양구곡은 속리산국립공원의 일부입니다.
충청북도 보은군, 괴산군, 경북 상주시와 문경시에 걸쳐있으며 화강암 기반의 돌산으로 수려한 풍광을 자랑합니다.
화양천에 의해 조각된 화양동 계곡 역시나 곳곳에 화강암의 미지형이 발달해 화강암 지형의 야외 박물관이라 할 만큼 수려한 자연경관이 펼쳐집니다.
화양구곡에서는 빼어난 경치와 함께 우암 송시열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화양계당이라는 집을 짓고 8년을 은거하였다고 하는데 9곡을 따라 그 족적들이 이어집니다.
16세기경 화양동은 선유동 계곡 등과 함께 선유팔경의 하나로 보았으며 17세기 우암 송시열이 화양동을 출입하면서 별개로 인식되었다고 합니다.
송시열이 죽은 뒤에는 그의 수제자인 수암 권상하가 화양동 계곡에 있는 아름다운 곳을 구곡으로 정한 뒤 각각의 이름을 정하였고 단암 민진원이 구곡마다 바위에 이름을 새겨 놓았으며 현재까지 화양구곡의 바위 곳곳에 흔적이 남겨져 있습니다.
계곡과 숲을 즐기며 쉬엄쉬엄 오르노라니 제2곡인 운영담이 나타납니다.
하늘의 구름 그림자가 계곡물속에 말게 비친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경천벽에서부터 약 30여 분 거리입니다.
앞으로는 백사장이 펼쳐지고 그 너머 푸르른 숲 사이로 약 10여 m의 거대한 바위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삼형제 하식애와 그 아래로 푸르른 물빛이 이어집니다.
화양서원
제2곡에서 제3곡으로 향하는 길에는 우암 송시열의 위패가 모셔진 화양서원이 있습니다.
잠시 둘러보는데 가파른 언덕을 따라 조성된 건물에 오르며 맞은편 계곡이 한눈에 내려다보입니다.
조선 성리학의 중심지로서 당시에는 전국의 사액서원 중에서도 가장 이름 있고 위세가 당당하였다고 합니다.
서원과 맞닿는 너른 잔디광장 너머로 제3곡인 읍궁암이 있습니다.
우암 송시열이 효종을 그리워하며 제삿날이면 읍궁암 위에 엎드려 북쪽을 바라보며 통곡하였다고 전해집니다.
속리산 국립공원 화양구곡은 조금 특이한 형태입니다.
출입금지를 알리는 보통의 국립공원과 달리 화양구곡은 구간구간 가까이 접근할 수 있습니다.
임도와 맞닿은 백사장과 바위 등에는 잠시 올라 시원한 계곡을 즐겨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손발을 담그는 정도로 계곡을 즐길 수 있으며 취사와 야영 등은 당연히 금지입니다.
그렇게 계곡을 가까이 즐길 수 있던 곳 중 하나가 제4곡 금사담이었습니다.
암서재
화양서원에 이어 우암 송시열의 흔적이 가득한 곳이기도 하였습니다.
금사담이란 반짝이는 금빛 모래가 물속에 깔려 있다는 의미입니다.
거대한 암석 사이 작은폭포를 형성한 물줄기 위로 우암이 머물렀던 암서재가 있고 그 주변 바위 곳곳에 한자가 새겨져있습니다.
바위지대에 세워진 고가의 아름다움과 맑고 깊은 소 여울이 어우러져 화양 구곡 중에서도 으뜸 경관이었습니다
암서재는 우암 송시열의 기가하며 학문에 매진하고 후학을 가르치던 곳으로 1715년, 1747년, 1879년, 1900년, 1970년까지 중수가 거듭되며 지금에 이르고 있었습니다.
화양구곡은 가령산, 도명산, 낙영산, 조봉산 등이 둘러싸고 있습니다. 계곡 중간중간 등산로 이정표가 있으며 이곳은 도명산 등산로 입구입니다.
제5곡 첨성대는 화양 3교를 지나 건너편에서 그 모습을 보여줍니다.
높이 솟은 바위에 올라 별을 관측했다는 곳으로, 높이 약 20m에 달하는 기암입니다.
도명산을 따라 오른다고 해도 그 모습을 온전히 볼 수 없는 형태입니다.
3층 석탑 두 개를 엮어 그 위로 옥개석을 얹어 놓은 듯한 모습으로, 그 형태가 유지되고 있음이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화양구곡 제6곡은 임도에서 가장 근접한 능운대입니다. 작은 암자 초입 바로 길가 옆으로 자리하였습니다.
큰 바위가 우뚝 솟아 능히 구름을 찌를듯하다 하여 능운대라 불리며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집니다.
옆에서는 세계 불가사의 중 하나인 모아이 석상을 닮았으며 정면으로는 칼로 자른듯한 수직 절개가 아주 인상적입니다.
현재는 수풀에 가려져 글씨를 확인할 수 없었으나 보이는 거대 암석 아래로 능운대라 새겨진 바위글씨가 있다고 하며 조선 후기의 그림 속에도 암서재 첨성대와 함께 화양구곡을 볼 수 있습니다.
화양구곡을 따라 오르는 트레킹 코스는 볼거리 즐길 거리가 많아 발걸음이 한없이 더뎌집니다.
임도와 맞닿은 숲길이 계곡으로 향할 때면 잠시 코스를 벗어나 나무와 물 모래언덕의 사구도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걷기 여정의 이정표는 화양구곡입니다.
7번째로 마주한 비경은 와룡암입니다. 긴 바위 모습이 꼭 용이 드러누워 있는 듯한 모양의 거대 바위입니다.
길이 약 30m 폭 8m 규모 기반암 하상에 종으로 발달하는 절리를 따라 움푹 팬 홀이 길게 형성되었습니다.
계곡을 꽉 채울 만큼 거대하여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집니다.
작은 바위지대의 계곡길을 따라 여러 방향으로 비경을 즐겨볼 수 있습니다.
학소대 위쪽과 아래쪽으로 잔잔했던 물줄기는 학소대 뒤편 능선에서 내려오는 물줄기와 합쳐지면서 거친 물결을 형성합니다.
학소대 앞에는 장송이 늘어섰는데 옛날에 청학이 새끼를 기르며 둥지를 틀었기 때문에 학소대라 이름 지었다고 합니다.
거북 바위
제2곡에서 제8곡까지 약 5분 간격으로 촘촘하게 이어지던 화양구곡은 마지막 제9곡 파천까지는 조금 먼 거리입니다.
평지와 가까웠던 임도는 약간의 오르막길이 시작되고 약 15분 정도 소요되는 거리입니다.
계곡으로 내려가기 전 거북 바위부터 먼저 만나게 됩니다. 소나무 사이로 3개의 바위가 거북이의 머리 등 다리 형상입니다.
영락없는 거북이 모습을 하고 있던 바위의 시선 또한 계곡 아래 파천으로 향하고 있어 더욱 신비로웠습니다.
트레킹을 시작한 지 약 3시간여 만에 마지막 제9곡 파천에 도착하였습니다.
계곡 전체에 희고 넓은 바위가 펼쳐집니다.
흐르는 물이 마치 용의 비늘을 꿰어 놓은 것처럼 보여 파천이라 붙여진 이름이었습니다.
너른 바위가 가지런하고 넓게 형성된 위로 잔잔하게 흐르던 물은 움푹 팬 공간에 이르면서 폭포를 형성합니다.
우렁찬 물소리와 거대한 옥반은 모든 상념을 잊고 자연의 아름다움에 빠져들게 합니다.
인간이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자연의 위대함이었습니다.
건너편 물길이 손에 잡힐 듯 가까우면서도 거대한 물줄기를 형성한 소의 깊이가 가늠되지 않습니다.
평평한 흰 바위 한가운데 안전지대에 잠시 앉아보며 화양구곡 트레킹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화강암 지질과 우암 송시열의 발자취를 따라 오르는 괴산의 화양구곡은 최고의 트레킹 코스였습니다.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의 비경, 시원한 계곡과 녹음이 짙어진 숲길을 함께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