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은 지난 1월 KTX 중앙선이 개통하면서
수도권에서의 경북 내륙 여행이 용이해졌습니다.
영주 여행의 중심이 소백산, 부석사에서
영주 시내로 넓혀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20~30대가 열광하는 '래트로 여행지'로
영주 구도심이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관사골과 후생시장 주변에는
오래된 맛집도 많습니다.
40여년 역사를 자랑하는 빵집
‘태극당’에서 부드러운 카스테라 인절미를
한 박스 사들고,
365시장 안 전골목에서 배추전도 사듭니다.
시장 맨 끝으로 나가면
명한 영주떡볶이 ‘랜떡’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맛있는 게 너무 많아서 양손 가득 사 들고도
영주 와서 쫄면을 안 먹고 가면 속상합니다.
또 몇 끼를 굶었다 온 사람마냥
매운 쫄면을 어찌나 맛있게 먹는지요?
이렇게 화려한 맛집 투어가 끝나면
천천히 걸으며 관사골을 향합니다.
관사골과 함께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재탄생한 후생시장도 지나칠 수 없습니다.
사진관, 오락실, 인형극장 등
추억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서울 명동 어딘가에 있을 법한 바버샵까지 갖춘
후생시장 좁은 골목길에는
그냥 1970년쯤에 머물러 있는 듯합니다.
영주는 유서 깊은 철도 도시로 1942년
일제가 중앙선 철도를 완성하면서
1970년대까지 영주는
사통팔달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일제강점기에 영주역에서 근무하던
철도직원들이 거주하던 관사(官舍)가 모여 있는
관사골이 생겼습니다.
철도 개통과 함께 관사 주변에도
가옥이 하나둘 들어섰는데,
해방 이후 무허가 주택이 허다하게 자리 잡을 만큼
좁은 마을에 인구가 급증하여
관사골은 판자촌을 방불케 했다고 합니다.
1973년 영주역이 옮겨가고
중앙고속도로가 개통하면서
교통 요지로서 영주가 쇠퇴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낙후한 관사골의 환경은
거의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6년 도시재생사업이 시작되면서
낡은 가옥과 비좁은 길을 정비하고
기차를 주제로 한 벽화도 그려졌습니다.
주차장과 어른을 위한 마을센터도 생겼습니다.
2020년 재생사업이 마무리되면서
관사골의 풍경도 깔끔해졌고,
방문객의 발길도 늘기 시작하였습니다.
관사골에는 1935년 일제가 지은 관사에
지금도 사람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통가옥과는
다른 연립주택 형태로 화장실이
집안에 있을 정도로
부러움을 샀던 가옥이었습니다.
80년이 넘은 옛날 일본식 목조 건물로
일제강점기 당시 영주역 관사로 건립된
연립주택으로 목조 일식관사주택의
전형을 보여주는 건축물 중 하나로
내부공간구성, 외관형태, 구조 및
보존상태도 양호하다고 합니다.
철도집단관사로 조성된 ‘관사골’이 지니고 있는
도시생활사적 보존과
활용가치가 높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여행지로 되살아난 관사골에는
기차를 주제로 한 벽화와 설치물들이
너무 잘 어울립니다.
이 벽화만으로도 과거 철도교통의
요충지였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담장 가득 '은하철도 999'가 그려져 있어
메텔을 기억하게 합니다.
벽면 전체에 타일을 이용하여 설치한
은하철도999가 금방이라도 휙~ 지나갈 듯 합니다.
철로를 형상화한 그림으로
골목길을 칠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열차 안에서 오징어,
땅콩하던 매점 아저씨의
수레가 생각나는 벽화도 있습니다.
이처럼 청년들에게는 생소하면서
재밌는 풍경일 수 있고,
구세대들에겐 추억을 생각나게 하는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람하나 겨우 지나 다닐만한
좁은 골목길을 걸으며 언덕 위로 오릅니다.
영주시민들도 잘 모르는 숨은 명소인
작은 공원을 만납니다.
숨이 확 트이는 전망대, 부용대에 올라
영주시를 훤히 내려다보며 한숨 돌립니다.
털썩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잠시 그냥 바람으로 땀을 식히며 햇살을 즐겨봅니다.
은하철도999라는 조형물 옆에
정자 하나가 우뚝 서 있습니다.
관사골을 찾은 날엔 정자에서
경로당 어르신들의 회의를 하시는 모양입니다.
사방이 탁 트인 언덕에 자리한 부용대는
조선 명종 때 풍기 군수로 있던
퇴계 이황이 빼어난 경치에 반해
'부용대'라는 이름을 지어준 곳이라고 합니다.
내려다보는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을 수 있어서
마치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듭니다.
부용공원은 관사골과
근처 주민들의 작은 쉼터입니다.
산책 겸 운동 겸 이곳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동네 어르신의 말씀이 부럽기까지 합니다.
아래로 내려다보니 관사골이 구석구석 다보입니다. 그림입니다. 5호, 7호 관사의 모습도 싹 다보입니다. 금방이라도 엄마가 밥먹어 하실 듯한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내가 살았을 던 적이 있을 것만 같은 골목들.
계단과 언덕을 따라 벽마다 예쁘게 그려진 그림과
등이 함께 한 미로같은 골목길에서
지친 마음에 위안과 위로가 되는 듯합니다.
영주의 핫플레이스로 부상하고 있는 관사골은
도심 속에서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특별한 보물같은 동네로 이곳에 오셔서 인생사진과 추억을 남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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