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강 생명공학 발전에 따른 사회적 관계의 변형
11. 1. 생명공학과 생의료화(biomedicalization)
11강에서는 우선 생명과학과 생명공학기술이 가져온 개개인의 삶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보여주는 개념으로서 생의료화(biomedicalization)을 다룰 것이다.
11. 1. 1. 의료화에서 생의료화로
20세기 후반 자연과학의 중심이 세포 단위에서 분자 단위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생명이란 무엇 인가?”가 가장 중요한 질문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생명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생명의 존재 조건은 무엇이고, 어떻게 생성되고 소멸하는가, 그 가능성에서 큰 변화가 일어 난 것이다. 이는 20세기 후반 이후 인간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방식이나 인간다운 삶을 규정하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다시 말하면, 유전학(genetics)과 유전체학(genomics)으로 대표되는 변화는 생의료(biomedicine)을 통해 사람들의 몸과 정체성, 그리고 일상 자체를 재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를 생의료화 (biomedicalization) 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생명과학이 발달하여 유전 학과 유전체학을 통해 생의학이 부상하기 이전에도 의학은 삶의 여러 영역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근대 국가는 인간의 생물학적인 삶을 관리하고 통제하는 데서 정당성을 찾았다. 따라서 인구관리나
보건, 의료 등의 영역이 중요한 국가 통치의 영역으로 등장하였으며, 인간의 생물학적인 생명 자체가 중요한 정치적인 의제로 등장하곤 하였다. 이 과정에서 의학은 인간의 생로병사의 영역에 대하여 법이나 종교, 정치 못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해 온지오래이다.
이러한 현상을 사회과학자들은 ‘의료화’(medicalization) 라고 지칭하여 왔다. 이 의료화 개념을 사용하여 보여주려고 했던 바는 주로 현대 서구의 의학이 종종 복잡한 역사적·정치적·사회적 맥락을 무시한 채 복잡한 사회적 경험현상을 생물학적이고 병리학인 문제로 환원하거나, 질병의 경험을 구성하는 문화적 맥락을 도외시하면서 몸(the body)을 의료적 개입의 대상으로만 간주해 왔고, 또 그 의료적 개입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매우 상품화되고 상업화된 것이었음을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또한 개인들의 경험에 내포된 차이는 표준화·체계화된 질병 분류학의 범주 속에서 어떻게 실종되는지, 정상 대 비정상의 구분이 얼마나 억압적인 것인지, 의료인, 그중에서도 특히 의사들의 권위는 어떻게 확립·유지되며, 이러한 권위적 지식의 힘이 의료의 영역 밖에서까지 얼마나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가도 역시 ‘의료화’를 연구한 작업들이 다뤄온 영역이었다. 어빙 졸라 (Irving Kenneth Zola: 1935-1994, 의료사회학자, 장애학) 20세기 들어서 일상 생활에서 의료의 영향이 어떻게 증가해왔는가를 탐색. 이 개념을 통하여 의료가 법이나 종교와 같은 좀더 전통적’인 기관의 자리를 대신하는 중요한 사회 통제 기관이 되어 왔다고 주장. 피터 콘라드 (Peter Conrad: 1945-, 미국의 의료사회학자, ADHD 연구) 의료화라는 것이 단지 무엇이 “의료적”으로 취급되거나 의료의 영역이 되었다는 의미를 넘어서 부적절한 의료 행위를 비판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지적.
이들이 의료화라는 개념을 통해서 강조하고자 했던 것은 의료화라는 것이 의료를 담당하는 전문가 집단의 생성과 궤를 같이 하며, 특히 알콜 중독이나 동성애, 과잉 행동 등의 비정상적인 행동이 그 원인에 대한 사회적인 탐구보다는 생물학적으로 결정되는 의료 모델에 의해서 설명되게 되었으며, 이제 질병으로 분류되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1970년대 이후 이들 외에도 많은 연구자들이 이러한 의료화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으며 많은 페미니스트와 여러 인류학자들이 역시 넓은 의미 에서 이러한 흐름의 일부를 구성해왔다.
실제로 삶의 의료화라고 할 때 지나치게 넓은 현상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광범위하다 고도 할 수 있다. 의료화를 주장하는 학자들은 의료화에 대해 단선적인 “비판”의 대상으로 삼는 경향이 있는데, 실제로 삶 속에서 의료화를 경험하는 방식은 행위자마다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의료화 자체가 1980년대 이후 나타나는 양상이 다른데, 1980년대 중반 이후 생명과학이 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면서 생의료화 라는 개념을 적용하고자 하는 학자들이 증가하였다.
11. 1. 2. 생의료화
20세기 후반 이후의 시대는 가히 바이오(bio)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바이오테크놀로지, 바이오-자본, 바이오 정치, 생명의료, 생명 시민권 등 삶의 여러 영역에서 bio를 포함하는 각종 새로운 개념들이 등장하였다. 생명과학과 생명공학기술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생의료화라고 할 만한 변화가 일어났는데, 그 내용을 나열해 보면
1)유전학과 유전체학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의료지식과 기술, 그리고 자본과 서비스에 의존하여 삶과 죽음, 질병과 건강, 의료를 관장하는 경제 의 영역이 확장되었다. 그 결과 이러한 새로운 경제 영역은 농업, 연료, 의료, 건강 등의 영역에서 그중요성을 확대해 가고 있다.
2)건강에 대한 개념이 변화하였다. 그 이전에 의학의 관심이 인간 개체였고, 병의 기전을 밝힘에 있어서도 세균이나 바이러스 등의 차원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유전자나 유전체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의료는 이제 위험을 예측하고 대처하는 일이 되었다. 이에 따라 개인이나 인구 집단을 대상으로 위험을 예측하고 감시하는 방식으로 의료가 이루어지면서, 건강과 질병 사이의 경계가 흐려지게 되었다.
3)의료 행위가 점점 더 기술에 의존하게 되었으며, 인간의 몸의 기능을 강화하고 최적화하는 일, 치료하는 일 모두에서 첨단기술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심화되었다.
4)의료의 정보기술에 대한 의존이 심화되었다. 게놈 해독 과정에서도 볼 수있 듯이 유전자와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고 데이터베이스화하는 방식이 일반화되었다. 이 과정에서 “환자”는 의료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도 커지지만, 자신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고 대처해야 할 의무도 생겨나게 되었다.
5)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내었다. 과거 질병이나 장애가 사회적 낙인을 가져오는 원인이었다면, 이제 유전정보를 기반으로 해서 같은 생물학적인 조건을 가진 사람들끼리 낮은 수준의 동질감을 느끼는 정도에서부터 결사체를 만들고 사회운동을 하는 정도까지 다양한 사회적 관계를 가능하게 하는데 생의학과 생명공학기술의 발전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11. 1. 3. 변화의 중요성
물론 20세기 후반 이후 생의료화가 중요한 경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고 해도, 의료화의 문제가 사라 진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생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11. 2. 생의료화가 가져온 일상의 변화
1) 생명과학과 생명공학 기술의 비중이 증가하면서 과학연구에서 국가 외에 사기업의 비중 증가 하였다. 2) 인간들 사이의 차이에서 경제적 격차 외에 유전 정보와 같은 여러 가지 다른 차이들의 중요성이 부상하였으며, 이는 개인화로 이어졌다. 3) 신체 일부를 넘어 유전 정보까지도 상업화의 대상이 되었다. 4) 위험(risk)이라는 개념의 중요성이 증가하였다. 5) 정치적으로 국가와 정책이라는 단순 모델에서 협치, 즉 거버넌스가 중요하게 등장하면서 생명과 관련하여 법, 윤리 등의 영역에 부과되는 중요성이 증가하였다. 6) 의료에서도 개인의 신체를 직접 치료의 대상으로 하지 않게되면 서 의료 모델도 원격의료, 의료관광 등으로 다양화하게 되었다. 7) 전산화 등 의료 정보에 부과되는 중요성이 증가하였다. 8) 의료가 관리하는 것은 더 이상 환자만이 아니라 유전자, 분자 등으로 다양화하였다. 9) 재생의학 등 새로운 의학 분야가 등장하고, 의학 분야의 구분도 신체의 부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새로운 구분법이 등장 하였다. 10) 개인에 따른 맞춤 의학 개념 등장하게 되었다.
11. 3. 언론과 대중문화를 통해서 본 생의료화의 예들: 유전자 검사의 예
어렵게 들리는 이러한 변화들은 이미 언론과 대중문화를 통해서 우리에게 익숙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이번 강의에서는 유전자 검사의 예를 들어보도록 하겠다.
11. 3. 1. 유전자 검사의 원리와 적용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포들의 유전 정보를 머리카락 하나로 가능하게 한 기술이 바로 효소중합연쇄반응 (PCR, polymerase chain reaction)이라는 기술이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1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같은 유전자를 기하급수 적으로 늘리는 기술이다.
대략 그 수를 표현하면 2의 30승 정도로, 숫자로 하면 1,073,742,824 이다. 1개의 유전자를 약 10억 개의 유전자로 증폭 시키는 것이다. PCR을 통해서 많은 수의 유전자를 확보하여 다양한 변화와 조건에서 실험을 진행 할 수도 있으며 유전자 검사를 하는 때에도 간단한 체취를 통해서 증폭하여 검사를 실시 할 수 있는 것이다. 우선 PCR의 원리는 크게 3단계로 변성-결합-합성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과정을 쉽게 생각하면 찢어진 바지를 기워 입는 것과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구멍 난 곳을 보고 알맞은 크기와 색상의 천을 찾아서 꿰매는 것이다. 여기에선 일부러 구멍을 냈다고 생각하면 구멍을 만들고 (변성)-알맞은 천을 찾아서(결합)-꿰매(합성)는 것이다.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풀어 주어야 한다. DNA의 이중나선 구조가 직선으로 풀어지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부위를 잘라서 사용할 수도 있고 전체로 같은 것을 만들어 낼 수 도 있다. 이 과정을 변성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서 원하는 부위의 처음 조각을 맞추기 시작한다. 마지막 단계로 합성을 하게 되는데 결합 단계에서 맞추어진 처음 조각이 있는 부분부터 시작하여서 2개의 쌍으로 이루어진 DNA의 나머지 부분을 채워 넣기 시작한다. 이 과정을 여러 번 반복하여 같은 DNA를 수 없이 많이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흔히 범죄수사나 친자 감별에서 DNA 전체의 염기서열을 모두 읽을 필요는 없다. 다만 두 DNA가 같은지 아닌지, 혹은 얼마나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는지 만 구별한다. 살인현장에서 발견 된 흉기에서 나온 DNA는 용의자에게서 채취한 DNA와 같기만 하면 되지 굳이 모든 염기서열을 알 필요는 없다. 실제로DNA에는 사람마다 각각 다르다고 하는 지문과 마찬가지로, 개인마다 다른 특징 을 나타내는 부위가 있기 때문에 전체 DNA를 다 분석하지 않더라도 이 부위만 있으면 각 개인의 DNA의 구별이 가능하다. 이렇게 개인마다 다른 특징을 나타내는 DNA의 특정 부위를 ‘DNA 지문 (DNA fingerprinting)’이라고 한다. 이를 밝힘으로써 1980년대 영국의 유전학자 알렉 제프리스(Alec Jeffreys)에 의해 개인의 DNA를 구별하여 범죄 해결이나 친자소송 등에 응용하는 길이 열렸다.
결국 DNA 지문을 측정한다는 것은 DNA 염기서열 전체를 조사한다는 것이아니라, 사람마다 서로 다르게 가지고 있는 DNA 부분을 특정 제한 효소로 잘라서 그때 나오는 DNA 조각들의 길이를 비교해 본다는 의미가 된다. 예를 들어 범죄 수사에서 사용되는 DNA 검사를 할 때는 범죄현장에서 얻은 DNA와 용의자의 DNA를 같은 종류의 제한 효소로 자른 뒤에, 이 잘라진 DNA 조각들을 전기영동법(잘려진 DNA 조각들을 한천으로 만든 얇고 투명한 젤의 내부에 부은 후 전기를 흘려 주는 방법)으로 분리시키게 되는데, 여기에서 사진과 같은 작은 밴드들이 여러 개 나타나면, 이 밴드들을 필름에 인화하거나 스캔한 뒤 패턴을 비교하여 용의자가 범인인지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 밴드의 패턴이 정확히 일치한다면 이 두 DNA는 동일한 사람에게서 나왔을 확률이 99.9999% 정도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현재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분야는 범죄 수사 분야와 DNA를 친자 검사가 있다. 우리는 모두 부모로부터 DNA를 물려받기 때문에, 친자 관계에 있는 사람들은 DNA 패턴이 비슷 하므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이 나타나는 것이다. 엄마와 딸의 경우, 엄마는 자신의 DNA 중 1/2을 물려주기 때문에 DNA 밴드 패턴에서 절반 정도가 유사하다면 둘 사
이는 혈연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보통 범죄 수사에 이용되는 DNA 지문은 단지 두 DNA가 같은지 다른지 만을 보게 되지만, 비교 대상이 없다면 범위를 넓혀서 이 DNA 속에 어떤 유전자가 들어 있는지를 파악해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수사 드라마들을 보면 범죄 현장에서 발견
된 DNA를 분석해 보니, 범인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금발머리에 회색 눈을 가진 백인일 것이 라는 추측이 나온다거나, 범인은 아니지만 범인과 비교 포인트가 같은 DNA가 발견되었으므로 범인은 이 사람의 친족일 가능성이 높다고 파악하는 사례들을 만날 수 있다.
11. 3. 2. 유전자 검사 사용의 사례들
이러한 유전자 검사는 범죄 수사와 친자 확인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사용되고 있다. 성인뿐만 아니라 영아를 대상으로 하는 유전자 신분증 도입이나 이민과정에서 친족 관계 확인을 위한 DNA 검사의 예가 있다.
신생아에 유전자신분증-노원구, 지자체 첫 발급 [시민일보] 기사입력 2011-05-16 | 최종수정 2011-05-16 15:52:03 서울 노원구(구청장 김성환)가 단시간 내 미아를 찾을 수 있도록 신생아들을 대상으로 주민등록번호, 혈액형, 주소 등이 담긴 유전자 신분증을 발급 한다. 구는 전국지자체 최초로 16일 부터 급증하고 있는 미아발생 및 각종 사회범죄에 대비하기 위해 지역내 신생아를 대상으로 아기 DNA가 포함된 유전자 신분증을 발급한다고 16일 밝혔다. 지원대상은 지역 내 4월16일 이후 출생자로 생후 1개월 이내 신생아이다. 신분증은 휴대용, 보관용 2종으로 우선 휴대용은 아기사진, 주민등록번호, 혈액형, 주소 등 기본적인 정보가 담겼다. 이어 보관용은 아기의 DNA 실물을 부착했으며 신청자에 한해 발급하며 무료다. 특히 DNA 유전자 신분증은 아기의 구강상피세포에서 추출한 유전자를 특수처리한 반영구적인 카드형태이다. 신청 방법은 동 주민센터에 DNA 아기 신분증 발급 신청 후 보건소 건강검진실 또는 지정산부인과에서 아기 유전자를 채취한다. 이어 신분증용 사진촬영(지정스튜디오에서 무료 촬영)을 한다. 끝으로 신청일로부터 60일 이후 동 주민센터에서 아기 신분증을 수령하면 된다. 단 아기신분증은 주민등록증처럼 법적 효력은 없다. (일부발췌) 외국인 신분세탁 범죄 극심…'제2의 오원춘' 어떻게 막나 최종수정 2012.05.07 13:23기사입력 2012.05.07 13:23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최근 수원 20대 여성 살해 사건 등 국내 체류 외국인에 의한 강력 범죄가 빈발하자 '외국인혐오(Xenophobia)' 현상까지 일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 신분관리제도의 허점을 악용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뒤 한국인으로 행사해 온 외국인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 우리나라 국적 취득을 위해 국내인과 친족 관계인 것처럼 위장한 경우도 있다. C(63), D(60)씨 부부는 2007년 11월 국내 입국 후 국적 취득 알선 브로커에게 의뢰해 한국인 박모씨의 친자인 것처럼 위장해 국적을 취득했다 이번에 들통이 났다. 이 부부는 브로커를 통해 허위로 작성된 중국 호구부 및 친속관계 공증서를 발급받는 한편 박씨의 친자로부터 채취한 유전자 감정 시료와 자신의 시료를 바꿔치기해 사설 유전자 감정 기관으로부터 박씨와 친자관계에 있다는 감정까지 받아 이를 근거로 귀화 허가를 신청해 각각 우리나라 국적을 취득하는 치밀한 수법을 썼다. |
11. 3. 3.
유전자 검사의 일반화는 개인을 식별하는 방식으로 유전정보를 가장 일반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나와 가족의 관계, 나는 누구인가의 문제, 민족의 문제가 모두 유전정보에 의해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그러나 가족의 의미와,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제가 과연 유전정보로만 좁혀서 다루어질 수 있는 것인가? 실제로 가족과 민족,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를 둘러싸고는 여러 입장이 존재한다. 이러한 다양한 생각들이 유전정보라는 하나의 잣대로 특정하는 생각도 문제이지만, 이러한 생각이 법제도로 굳어지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개인의 유전정보가 보험회사나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악용되는 것 역시 단순히 기우가 아니라 이미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유전정보에 의거해서 개인을 차별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음에도 개인의 질병 가능성을 찾아내고 이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여러 가지 목적으로 개인들의 유전정보를 취합하여 저장하고 분석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는 유용한 측면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동시에 사회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단순히 악용을 막는 것 이상으로 필요한 것은 앞서 말한 것처럼, 유전 정보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경향을 경계하고 유전학과 유전체학이 가져온 변화에 대해 성찰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질병이 무엇인지,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지, 사람들 사이의 관계란 무엇인지, 또 사회적 일탈이란 어떤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지등에 대하여 유전학과 유전체학이 답해줄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구별하는 것은 삶의 생의료화가 진행될수록 더욱 필요해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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